몇 년 전부터 나는 AI를 최대한 자주 써 보기로 했다. 이 주제로 글을 쓰려면 직접 써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년 남짓 사이에 나온 여러 연구를 보면서, 내가 그 과정에서 오히려 내 뇌를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 연구들은 ChatGPT 같은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창의성, 집중력, 비판적 사고, 기억력에서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시사한다. 또 AI가 생각을 날카롭게 만드는 데 필요한 ‘인지적 마찰’을 없애 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 분야의 과학은 아직 아주 새롭고, 아직 확실한 답은 없다.
게다가 ChatGPT나 Claude를 일부러 쓰지 않더라도, 구글 검색 결과 상단에 AI 답변이 뜨고 기술 기업들은 이런 기능을 스마트폰에 더 많이 넣고 있다. AI를 완전히 피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I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에 따라, 더 중요한 일에 쓸 정신적 공간을 확보해 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다.
걱정하는 이유
예전부터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이른바 “디지털 치매”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41만 명이 넘는 성인을 다룬 57개 연구를 묶어 분석한 최근 메타분석에서는 그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 사용이 인지 저하 위험을 줄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걱정할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GPS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주변의 정신적 지도를 덜 만들게 되고, 검색엔진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뒤에는 쉽게 찾은 정보는 덜 기억하게 되는 “구글 효과”도 나타났다. 우리는 일을 밖으로 넘겨 맡길수록 그 일을 스스로 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AI는 그런 외주화의 가장 강력한 도구다.
존재가 결과만 더 좋게 보이도록 만드는 대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사고의 부담을 대신해 주는 것이 AI의 문제다. 글이 더 매끈해지고, 발표 자료가 더 좋아지고, 농담도 더 잘 먹힐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필요한 고민, 막힘, 시행착오, 깨달음이 뇌에는 중요하다.
AI를 쓰는 법
한 연구에서는 AI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표준적인 비판적 사고 검사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사고 과정을 로봇에 넘기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어떤 사람들은 AI가 틀려도 자기 직감보다 AI를 더 믿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연구자들은 “인지적 항복”이라고 부른다.
특히 주제에 익숙하지 않을수록 위험이 커진다. 즉, 스스로 판단할 전문성이 부족할수록 AI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래서 해결책은 앱을 열기 전부터 시작된다. 먼저 자신의 대략적인 의견을 세우고, 그다음 AI로 그 생각을 시험해 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AI가 생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점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보를 기억해야 한다면, AI를 쓸 때도 일부러 느리게 접근하라고 권한다. 메모를 하고, 가능하면 손으로 적는 것이 좋다. AI에게 퀴즈를 내게 하거나 플래시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약간 번거롭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기억에는 도움이 된다.
창의성과 집중
AI는 아이디어를 빨리 내는 데 매우 뛰어나다. 바로 그 점이 문제다. AI를 창작 작업에 쓰면, 사람 혼자 할 때보다 아이디어가 더 예측 가능하고 덜 독창적으로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창의력이 약해질 수 있다.
창의성은 예상치 못한 연결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자란다. 그래서 먼저 사람이 대충이라도 아이디어를 종이에 적어 보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완성도를 따지지 말고, 머릿속을 먼저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다음 AI로 다듬거나, 허점을 찾거나, 보완하면 된다.
집중력도 비슷하다. 기술은 이미 우리의 주의를 더 흐트러뜨리고 있고, AI는 쉬운 답을 바로 주기 때문에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피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긴 글을 바로 요약시키지 말고, 어려운 문제를 먼저 붙잡고, 지루함을 조금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글의 결론
이 글은 AI 챗봇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AI를 꺼내 쓸 때 더 신중해져서, 내 뇌가 계속 운전석에 앉아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AI와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인간은 개인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정말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지만, 디지털 확률 기계는 그걸 그대로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봇을 넘어서 생각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기술에 적응해 왔고 앞으로도 적응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자동차가 생겼다고 마라톤을 못 뛰게 된 것은 아니듯, 도구가 바뀌어도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고 답을 찾으려는 욕구는 쉽게 자동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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