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2

찰스 디킨스가 2026년의 '벼락부자'들에게 던지는 경고: 《위대한 유산》과 우리들의 부끄러움에 대하여

새벽 3시 10분. 컴퓨터 모니터의 푸른 빛이 방 안의 무거운 어둠을 헤집고 들어온다.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영수증 몇 장과 반쯤 남은 식은 커피를 바라보다가, 가슴 한구석이 텁텁해져 서가 구석을 뒤적였다. 손때가 묻어 쿰쿰한 종이 냄새를 풍기는 책 한 권이 손에 잡혔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차갑고 축축한 안개를 활자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작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다.이 100년도 더 된 문장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묘하게도 오늘 밤 내가 단톡방과 소셜 미디어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대박 신화'의 소음들이 고스란히 겹쳐 보인다. 누구는 주식으로 수억을 벌어 외제차로 갈아탔다더라, 누구는 부동산 타이밍을 잘 잡아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될 자산을 쥐었다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들 말..

영문학 2026.07.04

낭만주의의 순수에서 모더니즘의 황무지까지: 블레이크와 엘리엇이 그려낸 인간의 영혼

1. 서론: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정신의 궤적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내면의 가장 은밀한 고백이기도 하다. 특히 영국 문학사에서 18세기 말의 낭만주의와 20세기 초의 모더니즘은 인간을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격변했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두 축이다. 산업혁명의 서막 속에서 인간성 상실을 경계했던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목소리는, 약 한 세기 반이 지난 후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 속에서 정신적 파산을 선언한 T.S. 엘리엇(T.S. Eliot)의 절규로 이어진다.두 시인은 전혀 다른 시대적 배경과 문학적 작법을 지니고 있었지만, '인간 영혼의 타락과 구원'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블레이크가..

영문학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