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가 넘어가면 사방이 기괴할 정도로 조용해진다. 책상 위에 놓인 캔커피는 진작에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고, 재재작년쯤 내곡동 연구실 선배가 두고 간 낡은 보안 모니터만 특유의 웅웅거리는 기계음을 내뿜으며 어둠을 밝히고 있다. 화면 위에는 유라시아 대륙의 미세한 신호 교란 데이터와 태평양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해저 광케이블의 트래픽 주파수가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중이다.가끔 담배를 한 대 태우려 창문을 열고 저 멀리 잠든 서울 시내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들을 바라볼 때가 있다. 저 불빛 아래서 사람들은 내일의 출근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이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며 평온한 밤을 보내고 있겠지. 하지만 그들이 누리는 당연한 일상의 평화가, 사실은 수면 아래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는 거대한 정보전의 칼날 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