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장 구석에 꽂혀 있던 낡은 문고판을 꺼내 들었다. 빛바랜 종이에서 나는 특유의 매캐하고도 달콤한 냄새. 그 냄새를 맡으면 언제나 고등학교 시절, 밤새워 읽었던 고딕 소설들의 음습한 분위기가 생각난다.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었던,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여전히 서늘함을 넘어선 기괴함을 안겨주는 작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그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동시에 가장 심오한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를 꼽는다. 이 짧은 소설은 단순한 공포 이야기를 넘어, 인간 내면에 숨겨진 가장 어둡고 추악한 심연을 끔찍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해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심연은 놀랍게도 19세기 미국 소설 속 주인공만의 것이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