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세이 2

개츠비의 초록 불빛은 왜 2026년에도 슬프게 반짝일까: 우리가 쫓는 신기루에 대하여

어스름한 새벽, 스탠드 불빛 하나에 의지해 서가 구석을 뒤적이다가 손에 잡힌 건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였다.빛바랜 종이 축축한 냄새를 맡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끄러운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쉴 새 없이 새로고침되는 남들의 성공 신화와 화려한 일상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결국 내가 도망쳐 온 곳은 언제나처럼 이 지독하게 인간의 얼룩이 묻어있는 영문학의 세계구나 하고.2026년의 한복판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한다. 더 많은 자산, 더 높은 사회적 위치, 남들에게 부러움을 살 만한 완벽한 트로피 같은 삶. 하지만 그 욕망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100년 전 뉴욕의 가장 화려하고 타락했던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진 개츠비의 비극은, 놀랍게도 오늘 밤 내 방..

영문학 2026.06.29

"나는 미쳤는가, 아니면 단지..." :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와 우리의 그림자

오랜만에 책장 구석에 꽂혀 있던 낡은 문고판을 꺼내 들었다. 빛바랜 종이에서 나는 특유의 매캐하고도 달콤한 냄새. 그 냄새를 맡으면 언제나 고등학교 시절, 밤새워 읽었던 고딕 소설들의 음습한 분위기가 생각난다.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었던,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여전히 서늘함을 넘어선 기괴함을 안겨주는 작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그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동시에 가장 심오한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를 꼽는다. 이 짧은 소설은 단순한 공포 이야기를 넘어, 인간 내면에 숨겨진 가장 어둡고 추악한 심연을 끔찍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해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심연은 놀랍게도 19세기 미국 소설 속 주인공만의 것이 아니라, ..

영문학 2026.06.28